심리학은 다른 학문과 마찬가지로 많은 심리학자들의 여러 가지 주장과 그들의 연구로 인해 발전되어 왔다. 지금부터 심리학을 발전시킨 여러 가지 이론들을 만나보도록 하겠다.
1. 정신분석 심리학
오스트리아의 프로이트는 1890년대에 정신분석학의 선구자로 독자적인 심리학 영역을 구축하였다. 그는 인간의 행동을 무의식과 의식, 자아와 초자아라는 독특한 개념으로 설명하였는데 인간 행동의 기반을 성적 에너지인 리비도와 죽음의 본능인 타나토스로 보았다. 이 중 리비도는 초기 프로이트가 주창했으며 타나토스는 2차 대전을 경험한 이후의 프로이트가 주창한 것이다. 정신분석이 심리학에 기여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의식'의 발견과 심적 결정론이라 할 수 있다. 프로이트가 정신분석 심리학의 틀을 세운 이후, 그에게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수많은 정신 분석가가 배출되었다. 그러나 정신분석학은 과학적 엄밀성의 결여, 경험적 증거의 부족, 이론 체계의 반증 불가능성 등으로 인해 큰 비판을 받게 되었다. 특히 과학철학자 포퍼에 의해 유사 과학의 세 가지 사례 중 하나로 지적받게 되면서 그 지위를 심하게 감소했다. 그러나 현대에는 오히려 칼포퍼가 주장한 반증 가능성과 경험적 증거가 과학의 주요한 속성이라는 주장이 반박당하면서 기존에 포퍼의 주장이 힘을 잃고 있다. 그런데도 정신분석학 이론 자체가 적용되지 않은 부분들과 문제점, 그리고 프로이트 이론에 대한 반발감 등으로 영향력이 축소되어서 현대 심리학에서 정신분석이 차지하는 위치는 크지 않다. 현대에 와서 정신분석학은 주로 임상가들에 의해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어 오히려 정신분석은 심리학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형태주의 심리학
게슈탈트 심리학이라고도 불리는 형태주의 심리학은 1910년에서 1912년에 걸쳐 시작되었다. 이 시기에 독일 심리학자 베르트하이머(M. Wertheimer)는 자신의 논문을 통해 일상적인 지각 현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였다. 이 심리학이 창립되기까지 물리학자인 마흐, 철학자 에렌펠스와 칼 슈툼프 세 사람의 영향이 컸다. 이들 중에 특히 슈툼프는 분트(Wundt)와의 논쟁을 통하여 익숙함을 가진 청자들이 그렇지 않은 일반인들보다 음악적 관찰자로서 더 적합함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이후의 형태주의 심리학자들은 이들이 세워둔 관점 아래에서 계속 성장해 나갔다. 1) 레빈(Lewin)은 사회심리, 발달 심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업적을 남긴 여러 분야에서 활동한 심리학자였다. 특히 그는 사회심리학의 창시자로 불린다. 그의 장이론(field theory)은 생활 공간이라는 개념을 핵심으로 하며, 이에 따르면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은 어느 한 부분이 아닌 환경과 사람 양쪽이다. 레빈은 이를 B=f(P,S)라 나타냈다. 또한 그는 위상기하학을 빌려 자신의 개념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2) 베르트하이머는 가현운동(apparent motion)에 주목하였는데 실제로는 없지만 인식된 움직임을 '파이(phi) 운동'이라 불렀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부분 과정 자체가 전체의 고유한 성질에 의해 결정된다'라는 주장을 하였다. 베르트하이머의 이 연구는 형태주의 심리학의 장을 펼친 연구로 평가되고 있다. 이 연구의 피실험자였던 코프카(Koffka)와 콜러(Kohler) 역시 게슈탈트 심리학자였다. 이 중에 특히 코프카는 게슈탈트 심리학을 미국으로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으며, 콜러는 이후 게슈탈트 이론을 널리 알리는 데 힘썼다.
3. 인본주의 심리학
1950년대 사르트르 등의 철학자가 주창한 심리학으로 실존주의의 영향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즉, 실존주의 심리학과 인본주의 심리학은 같다고 볼 수 있다. 주요 심리학자로는 매슬로(욕구 이론), 로저스(인간중심 심리치료), 펄스(직관적이며 전체적인지를 주장) 등이 있다.
4. 행동주의 심리학
행동주의 심리학은 20세기 초 1920년대를 전후해서 파급되었으며 왓슨, 손다이크, 헐, 톨먼, 스키너 등에 의해 주창되었다. 이들은 동물을 이용하여 학습 과정을 연구하였는데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학습이 환경의 자극에 대한 반응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자극 반응 이론(S-R 이론)은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교육 부분에 큰 영향을 주었다.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특히 심리학의 과학화에 큰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들은 '검증할 수 있는 것'을 강조하던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에 맞춰 심리학 연구에서도 '검증할 수 있는 것'만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것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정작 심리학의 진정한 연구 대상이라 할 수 있는 심적, 내적 과정에 대한 탐구를 소홀히 하였고 그 결과 여러 가지 어려움에 문제가 발생하였다. 결국 인지 혁명 이후에는 인지심리학 등 다른 분야에 밀리는 신세가 되었다.
5. 인지주의 심리학
인지심리학은 감각 정보를 변형하고 단순화하여 정교화하고 그것을 저장하며 인출하고 활용하는 등 모든 정신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역사적으로는 그 시작을 살펴보려면 장 피아제의 인지발달 이론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나 20세기 후반(1960년대 이후)에 본격적으로 일어난 이른바 '인지 혁명'은 심리학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당시 지배적이었던 행동주의 심리학은 인간을 단순한 자극-반응의 체계로 보았는데, 이에 따라 행동주의 심리학은 '블랙박스 심리학'이라는 비판을 얻게 되었다. 행동주의 심리학은 관찰, 측정이 가능한 것만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로 인한 심리학의 한계를 비판하면서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 인지주의 심리학이다. 행동주의 심리학이 비판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노엄 촘스키 등 언어학자들과 앨런 튜링, 폰 노이만 등의 컴퓨터 과학자들의 영향을 받아 인지 혁명이 시작되었다. 특히 촘스키는 심리학의 연구 대상은 인간의 내적 심리 과정이어야 한다면서 행동주의 심리학을 강하게 비판하였다. 당대 심리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자 현재 심리학계의 중요한 흐름 중 하나인 인지주의 심리학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인지심리학은 행동주의 심리학과는 다르게 내적인 심리 과정을 중시하며 이에 대한 연구를 주된 목표로 삼는다. 이러한 인지심리학의 주된 특징 중 하나는 인간의 심리 과정을 컴퓨터의 정보처리 과정에 비유하여 이해한다는 것인데 이는 인접 학문의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인지심리학을 보통 인간 정보처리론(human information processing)이라고도 불린다. 인지심리학은 현재 인접 학문-철학, 컴퓨터과학, 신경과학, 언어학 등과 협력하여 인간 인지과정의 신비를 벗기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 인지주의 심리학자로는 알버트 엘리스, 아론 벡 등이 있다.사실 심리학을 발전시킨 이론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다. 심리학은 많은 학자들의 연구와 실험, 그들의 가설과 주장으로 지금까지 발전되어 왔다.
이 시간에는 심리학을 발전시킨 여러 가지 주요 이론들을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앞에서 살펴본 심리학의 주된 이론들을 통하여 심리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 발달의 생물학적 기초, 발달심리학 (0) | 2024.01.27 |
---|---|
학습 활동에 대한 실험적 연구, 학습심리학 (0) | 2024.01.27 |
두뇌 활동을 연구하자, 인지심리학 (0) | 2024.01.27 |
사회심리학과 문화심리학-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열쇠 (0) | 2024.01.26 |
심리학이란 무엇인가? 정의와 성립 과정 (1) | 2024.01.26 |